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여덟 번째 일상.

2020.08.14

 

 야호, 금요일이다! 쉰다! 내일 출근 안 한다! 아, 이번 주도 너무 수고했어, 내 자신아. 개학한 지 한참 된 것 같지만 실은 월요일에 개학하고 5일 째 되는 날이란다 오늘이. 하하, 이번 주가 너무 바빴고 여전히 나는 출근해서 원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두려움과 불안함, 스트레스 만땅인 채로 칼퇴도 못하고 12시간 가까이 일 한다. 이러니 출근이 좋을 리 있다. 오늘은 길이 아주 길 예정인데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누구라도 내 말을 들어줘!

 

 

출처 https://twitter.com/blidx/status/1291954302085292033?s=21
출처 https://twitter.com/blidx/status/1291954302085292033?s=21

 나는 신입사원과 같은 입장인 초임교사이다. 12월 입사를 확정짓고 1월에 인턴개념으로 출근을 처음 했다. 그때는 사실 뭣도 모른 채 취직이 되었고, 담임이라는 게 좋았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은 최저임금이 올라 인턴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한다고 해도 일주일에서 길면 2주 정도를 한다고 했다. 근데ㅋㅋㅋㅋㅋ나는 한 달ㅋㅋㅋㅋㅋ그것도 무급으로ㅋㅋㅋㅋ9시부터 6시까지 풀ㅋㅋㅋㅋ예, 절대 1분도 일찍 퇴근시켜 주지 않았고 1분이라도 먼저 퇴근해 보겠다고 하면 죽일 듯이 노려보고 뒤에서 이야기가 오갔더랬다. 그때 알았어야 했었다. 이 곳은 정말 거지 같은 곳 중에 거지 같은 곳이라는 걸. 9시부터 6시까지 풀근무를 무급으로 인턴을 시키는 회사가 어디있는가? 인턴은 커녕 남의 반 청소 신명나게 도와주고 추워죽겠는 강당을 청소했다. 내 인턴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새학기 때 환경구성할 것을 생각해서 만들라고 하셨는데 세상에 어디서 만드냐고 물어봤더니 강당에서 만들란다. 인간성 진짜... 재료가 없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사비로 사란다... 실화냐, 이게? 인턴 중간 일주일 정도 쉬는 텀이 있는데 일주일 정도 쉬면서 집에서 만들어오란다. 내가 실습생이야?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 한다...^^부디 나 같은 희생양은 또 없길...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내가 인턴 3주 차 때 원감한테 처음으로 혼났다. 혼난 이유는 너무 밝아서... 나는 태생적으로 머리가 비어 참 해맑고 낯가림이 없어 어느 공동체에서도 먼저 다가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첫 직장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생글생글 웃고, 함께 일 할 선생님들이니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먼저 다가갔더니 나보고 너무 밝다가 텐션을 조금 줄이란다. 그때는 그게 잘못인 줄 알았다. 그렇게 텐션을 줄이고 한 달 뒤 원감한테 또 혼났다. 이번엔 표정도 말투도 너무 버릇이 없단다. 표정도 너무 굳어있고, 말투도 왜 그렇게 딱딱하냐고 묻더라. 그때 알았다. 원감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는 것이다. (뒤에서는 사람 좋은 척 나 챙겨주는 척 한다지만 결국 다 뒷담이다.) 다른 선생님들 연령 상관없이 한 반에 모여 모바일 게임을 해도 모르는 원감이 내가 다른 연령 선생님과 5분 이야기 하는 것 조차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애들이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나보고 다른 선생님과 노닥거리냐며 혼을 내더니 교무실에 내려가서 조차 노닥거리느라 퇴근시간이 지났냐고 혼을 내더라. (참고로 노닥거리느라 퇴근시간이 지난 게 아니라 정규시간 이후 종일반까지 맡겨놓고 학부모한테 전화까지 돌리래서 늦은 거다.) 툭하면 내게 '선생님이 하루 종일 뭐 하셨는지 CCTV로 볼까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원에 교실마다 CCTV가 두 개씩 설치되어 있는 이유는 아마 사각지대 없이 교사를 감시하기 위함이었나보다. 그럼 그렇지, 교사들 급여주기 싫어서 사기를 치는 원장이 이런 곳에 돈을 쓸 리 절대 없지. 내가 이 원에서 8개월 간 근무하면서 있던 일들을 다 풀면 쓰다가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근데 저 트위터를 보고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럽더라. 어디가서 일 못한다는 소리 듣는 나는 아닌데... 어제 미술활동을 하면서 내 실수가 있었다. 옆 반 선생님이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선 애들이 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네' 이러고 나가더라. 이 소리를 듣는데 기분이 얼마나 더럽던지... 근데 다들 그 선생님이 실수했을 땐 모른다. 왜냐하면 누구도 그 선생님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실수를 해도 혼자 처리하고 넘어가고 말을 안 한다. 참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 꼬투리 잡고 CCTV까지 들먹이는 원감이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죠, 괜찮아요' 하는 건 처음 봤다. 그렇게 마음 넓은 사람인지 몰랐다. 여기 원에서 유아교사로서 배운 건 단 한 개도 없고 그냥 나도 경력이 쌓여 실습생이던 초임교사던 오게 되면 저런 사람들은 되지 말아야지. 역겨워,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