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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열두 번째 일상.

2020.08.18

 코로나 확진자가 어마무시한 속도로 무서울 정도로 퍼지고 있고 주말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강화됐을 뿐더러, 유치원에서도 등교인원을 조정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물론 우리 유치원은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재량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지만...^^) 주말사이 학부모님들께 어떠한 공지도 나가지 않았고 덕분에 오전당직인 나는 청소도 못한 채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다. 이제 슬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싶었건만 어째 또 조짐이 심상치 않다...우리 교회는 내일 수요예배부터 다시 온라인 예배로 전환됐고 유치원에서는 등교인원을 조정하는 대신 결석을 해도 출결과 무관한 걸로 결론을 내렸다. 주변 유치원 대부분이 등교인원 조정을 했는데 남들을 따라가지는 못할 지라도 발 끝은 가야 되는 거 아니냐 망할 유치원아-_- 돈벌레 원장, 원감 속도 모른 채 소중한 아이들을 보내시는 학부모님들이 불쌍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유치원이 최고라는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다, 어휴.

드.디.어! WES에 영문성적표를 보냈다. 코로나로 인해 안 그래도 배송이 늦어지는 판국에 확진자 수도 점점 올라가는 게 심상치 않아 바쁜 동생을 시켜 오후에 배송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캐나다 배송까지는 약 한 달 잡아야 한다더라. 최근 미국으로 ems를 보낼 때도 3주 가량 소요될 수 있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었더니 일주일 만에 간 적이 있었는데 캐나다는 감도 안 온다. 한국에서 아무리 빠르게 일 처리를 한다고 해도 캐나다 땅에 들어가서는 늦어질 것도 같고...

아니 근데 오늘 오후 3시에 접수를 했는데 벌써 우편집중국에서 발송이 됐단다...대한민국 빠름, 빠름, 빠름! 근데 동생아, 어제 내가 말한 대로 제대로 보낸 거 맞지? 내 인생이 달린 거야...

오늘 우리 반 행복이 중 한 명이 멀리 이사를 가게 돼서 전학을 갔다. 학기 초 공격성을 심하게 보여 그 친구로 인해 유치원 오기 싫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을 정도로 나를 힘들게 했던 아가가 어느 새 친구들과 너무 잘 어울려 친구들이 재밌다고 너무 좋아하는 인기쟁이가 되어버렸다! 우리 행복이... 남들보다 에너지가 2배로 넘치고 수업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해 수업시간의 분위기를 흐트리는데도 한 몫했던 나의 애증의 관계 우리 행복이가 전학간다니 참 속상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 오늘 짐을 다 챙겨서 내려보내고 어머님이랑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어머님께서 '어린이집에선 선생님께 맨날 혼난다고 가기도 싫어했고 저도 선생님이랑 관계가 안 좋아서 너무 힘들었는데 유치원에 와서는 선생님이 너무 예쁘고 자기 사랑해 줘서 너무 좋아해요, 매일 유치원 가고 싶어하고 주말이 되면 왜 유치원 안 가냐고 물어볼 정도로 신나게 다녔는데 아쉽네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학기 초 초임인 내가 이 아이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싶을 때도 이 아이를 너무 객관적으로 바라보시는 어머님 때문에 나도 부담을 내려놓고 어머님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친구를 때리고 깨물고 괴롭혀서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나한테 혼난 적도 많은데 10번 혼나고 1번 안아주고 사랑해 줬던 것만 기억했는지 참 부족함 많은 나를 좋게 생각해 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내 첫 번째 행복아, 어디 있어도 지금처럼 네가 가진 엉뚱함과 순수함, 발랄함으로 세상을 빛추는 행복이가 되길 기도할게♥선생님한테 와줘서 고마워, 행복한 반에 와줘서 고마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해, 내 행복아.

아, 진짜 졸리다. 너무 너무 졸리다. 일찍 자야지. 얼른 토요일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