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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두 번째 일상.

2020.08.08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12시가 넘어버렸다. 일부러 이 시간에 글을 작성하려고 한 건 아닌데 참 야행성이라는 게 어디 안 가는 건지 하루 종일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시간을 보내다 정신 차리고 글을 적으려고 보니까 새벽 12시다. 월요일부터 개학이라 출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야행성이 돼 버려서 어떡하나 싶기도 하다... 큰일이네.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집밥보단 밖에 음식을 더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지만 코로나도 코로나고 무엇보다 나가는 걸 귀찮아 하는 집순이, 집돌이 가족인 우리는 평소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 편인데 정말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으러 나갔다. 이사 오고 처음 가는 고깃집이었는데 냉동고기 치고 고기도 좋았고 반찬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안 찍는 나는 블로그를 시작해도 사진 찍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 없다)

 

 내일 아니 오늘은 아무리 졸려도 낮잠 자지 않고 하루를 버티는 게 목표이다. 하루 온 종일 밤을 새도 밤만 되면 잠이 깨어나는 나는 10분만 자도 밤에 잠이 안 온다. 월요일에 무리 없이 출근하기 위해서는 졸려도 낮잠을 자지 않고 무언가를 하면서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내 소중한 휴일에 바쁘게 보낸다니 참 억울한 일이다... 쉬는 날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도 되는 것인가... 여름방학을 보내는 동안 한 거라곤 연극 보고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 게 전부인데 벌써 다 지나가고 2학기가 기다리고 있다. 두렵다, 두려워! 2학기도 아이들과 투닥투닥 싸워가며 시간을 보내야겠지. 매일 매일 혼나는 담당을 맡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욕도 먹고 하면서...

 

 며칠 전 오랜만에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중학생 사춘기 시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학업보다 오빠들이 더 좋았던 나를 이렇게 바꾸고 나를 만들어 준 곳은 고등학교이다. 사립 고등학교라 선생님들이 대부분 계셔 만나뵐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누군가 너의 길을 똑같이 걷는다고 하면 추천할 거야?' 내 대답은 '아니요'. 이 길이 힘들어서도 아니고 직장 동료들이 별로라서 분위기가 별로라서도 아니다. 정말 내가 추천하지 않는 딱 한 가지 길은 '아이들만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경험하지 않는 한 아무도 이 현장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사람은 없다. 내가 학부시절 모든 교수님께서는 제일 중요한 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만 하셨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고 컴퓨터, 만들기, 상담 등 사소한 것부터 옷을 단정히 입고 문신, 피어싱 등도 하면 안 되고 술, 담배도 하면 안 되고 부모님 SNS에 내 얼굴이 올라오는 등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물론 원마다 다를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원에서 제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 나는 술, 담배, 피어싱, 문신 등을 하지 않았지만 허벅지 쪽이 정말 살짝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고 수업시간에 혼이 난 적이 있다. 이건 원마다 다르며 원장님, 원감님 성향에 따른 차이도 있다.) 최근 차량을 도는데 아이가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SNS 올리신 어머님이 계셨다. 그 동영상 안에는 나도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지인을 보니 졸업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올린 학부모도 계셨고, 견학에 동행하여 아이를 촬영하면서 찍힌 교사와 다른 아이들을 모자이크 없이 올린 학부모도 있었다. 급여 부분에서도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 교육청에 보고되는 것, 배운 것과는 정말 너무나도 다른 급여이다...! 급여 또한 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마 높은 경력을 가지신 선생님들 중에 제대로 호봉대로 받는 분은 얼마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원에 따른 차이이고 그렇지 않은 원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처럼 운 없이 이런 원에 온다면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원에 복장 규칙 중 한 가지는 청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 그냥 아이들만 보고 다닌다. 말도 안 듣고 챙겨줄 것도 많은 우리 아이들이지만 선생님이 최고라며 우리 선생님이 제일 예쁘다고 이야기 하는 우리 아이들, 월요일 등원을 하면 선생님 보고 싶었다면서 안기는 우리 행복이들 보면서 버틴다♡선생님이 보고 싶었고 선생님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말 좀 들어줘 행복이들...

 

 어제는 새벽 4시를 보고야 잠에 들었다. 과연 오늘은 몇 시에 잠에 들 수 있을까. 키위 먹어야지.